그래서 어떻게 되나요.

소년 무재의 부모는 개연적으로, 빚을 집니다.

개연이요?

필연이라고 해도 좋고요.

빚을 지는 것이 어째서 필연이 되나요?

빚을 지지 않고 살 수 있나요.

그런 것 없이 사는 사람이라고 자청하고 다니는 사람을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조금 난폭하게 말하자면 누구의 배偶도 빌리지 않고 어느 날 숲에서 솟아나 공산품이라고는 일절 사용하지 않고 일몸으로 사는 경우가 아니고서야, 자신은 아무래도 빚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뻔뻔한 거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어요.

공산품이 나쁜가요?

그런 이야기가 아니고요, 공산품이란 각종의 물질과 화학약품을 사용해서 만들어내는 것이라 여러가지 사정이 생길 수 있잖아요? 강이 더러워진다든지, 대금이 너무 저렴하게 지불되는 노동력이라든지. 하다못해 양말 한켤레를 싸게 사도, 그 싼 물건에 대한 빚이 어딘가에서 발생한다는 이야기예요.

그렇군요.

어쨌든 소년 무재의 부모가 빚을 집니다.

네.

이 경우엔 다른 사람의 종이에 이름을 적어준 대가로 얹은 빚입니다. 빚의 규모가 너무 커서 빚보다는 빚의 이자를 갚느라고 힘든 노동을 하는 와중에 아홉 식구의 생활비도 버는 생활을 하다가 소년 무재의 아버지의 그림자가 끝끝내 일어서고 말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느 비 오는 금요일 밤이었습니다. 소년 무재는 마루 끝에 앉아서 빗물이 좁은 마당으로 떨어져서 바닥을 오목하게 뚫어놓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소년 무재의 아버지가 구두에 진흙을 잔뜩 묻힌 모습을 하고 마당으로 들어옵니다. 소년 무재는 아버지에게 인사를 건네지만 그는 창백한 얼굴로 다만 소년 무재를 바라보고 있다가 방으로 들어가서 눕습니다. 누가 말을 걸어도 뭐라 말하지 않고 밤이 될 때까지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 있던 그는 이내, 그림자가 일어섰다고 말합니다. 선술집 앞에서 우산을 펼치다가 그도 모르는 틈에 일어선 그림자를 목격하고 말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림자를, 하고 어머니가 두려움에 질려서 숨을 들이마시고 말하는 것을 소년 무재는 듣습니다. 그림자가 일어서고 말았다니 그래서 그림자를 따라갔나요, 당신, 그림자를 따라갔나요.라고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소년 무재의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얼마나, 얼마나 따라갔나요, 라고 소년 무재의 어머니가 묻자 그는 조금 따라갔어, 아주 조금만 따라갔어, 라고 대답합니다. 소년 무재의 어머니는 자식들을 향해 돌아앉아서 눈물을 닦습니다. 소년 무재의 아버지가 그녀를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당신 그렇게 울지 말아요, 조심할게요. 조심할 건가요. 다음번에 일어서더라도 깊이 따라가지는 않도록 조심할게요. 깊거나 말거나 따라가지를 말아야죠, 애초에 따라가지를 말아야죠. 따라가지 않을게요. 약속해줄 건가요. 약속할게요, 이렇게 약속할게요,라고 말했지만 그날 이후로 소년 무재의 아버지는 아무래도 남몰래 그림자를 따라가거나 하는 듯 별로 먹지도 않고 말하지도 않으면서 날이 갈수록 행색이 초췌해지는 것이었습니다. 어딘가에서 자신과 닮았다는 자신의 모습을 목격했다면 그것은 그림자, 그림자라는 것은 한번 일어서기 시작하면 참으로 집요하기 때문에 그 몸은 만사 끝장, 일단 일어선 그림자를 따라가지 않고는 배겨 낼 수가 없으니 살 수가 없다,는 등의 이야기를 아무 곳에서나 불쑥 말하곤 하다가 그는 귀신 같은 모습이 되어 죽고 맙니다.

죽나요.

죽어요.

그렇게 간단하게.

간단하게 죽기도 하는 거예요, 사람은.

...... 내 그림자도 그토록 위협적인 것일까요?

글쎄요,라고 말하는 무재씨로부터 너무 떨어지지 않도록 부지런히 걸으며 나는 말했다.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무재씨, 죽는 걸까요, 간단하게.

따라가지 말아요.

무재씨가 문득 나를 향해 돌아서서 말했다.

그림자가 일어서더라도, 따라가지 않도록 조심하면 되는 거예요.

_'백의 그림자' 중에서, 황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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