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
혜원에게는 늘 꾸준한 마음으로, 똑같은 사랑을 줄 수 있을 것처럼 당당하게 말했지만, 나는 진짜 그러한 사람인가. 이전 연애에서 나는 정말 그렇게 처음과 똑같이 애정을 주는 사람이었나.
나는 몇 년 전 연애를 하면서 짜증이 많은 사람이었다. 사소한 걸로 화냈고 예민하게 굴었다. 물론 제대로된 치료를 받기 전이라 그랬다지만 지금이라고 해서 그러지 않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나는 혜원이 해주는 답장이 너무 좋아서 그 답장만 기다리고, 혜원이 나의 메시지를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도 궁금해할 정도지만, 이전 연애에서도 그랬던가? 상대가 얼른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들기를 기다린 적이 많았었다.
서로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것으로 여기는 시간도 실은 현실의 물리 세계를 설명하는 상대성 이론에 따라 저마다 다르게 흐르고 있다. 어쩌면 서로가, 서로의 사랑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 혜원은 나와 다른 시간을 살아왔고 현재로서는 그렇게 서로 다른 시간을 보낸 시간이 함께한 시간보다 월등히 길다.
혜원에게 나를 왜 선택했는지 물었던 적이 있다. 아마 그때 혜원이 했던 대답은 혜원이 원하는 사랑을 내가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였던 것 같다. 나는 혜원에게 어떤 사랑을 바랐을까.
나는 나와 똑같은 사랑을 바라며 혜원을 만난 게 아니다. 우리가 서로에게 줄 사랑은 각자의 사랑일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혜원에게서 어떤 사랑을 받길 원하는 걸까?
이 물음의 시작에 혜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