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
혜원은 어렸을 때 이 식당에 와서 오일 파스타와 떡볶이를 먹었다고 했다.
감자 스프와 식전빵, 동그랗고 신선한 치즈로 만들어진 카프레제, 혜원이 가장 좋아한다던 오일 파스타와 스테이크가 나왔다. 마지막엔 셔벗 아래에 브라우니 조각이 깔린 디저트를 먹었다.
맛있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을까.
혜원과 함께하는 시간은 때때로 참 비현실적이다. 여태 나는 이런 경험을 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혜원의 손만 잡으면 꿈같은 일이 일어나고, 그 일의 중심에 내가 있게 된다.
혜원을 데리고 이 식당에 자주 오는 것이, 결국 이 식당의 요리가 질릴 때까지 혜원과 함께 오는 것이 목표가 되었고, 나의 이름은 대단한 사람의 이름인 것처럼 종이에 인쇄되어 혜원 옆에 피켓처럼 세워져 있었다. 틈에서 나와 어둠이 내려 앉은 골목을 앞서 걸어가는 혜원의 등을 보면서, 나는 어린 혜원이자 더 이상은 어리지 않은 혜원을 만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어떤 건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아름답네. 나는 혜원을 몰랐던 지난 시간을 넘어서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