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526
어제는 꽤 일찍 잠이 왔다. 새벽 1시 반쯤에 잠들어서 아침 6시에 깼다. 알람이 맞춰져 있었다. AWS 서밋 간다고 맞춘 알람. 눈을 뜨니 너무 배가 고파서 밥을 먹고 다시 잠이 들었다가, 정오가 되어서야 깼다. 지금은 오후 1시가 넘은 시간. 다음 주면 기온은 30도에 육박할 것 같다. 문을 닫고 에어컨을 틀어 두는 게 너무 답답해서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연 채 더위를 견디고 있다.
헤어진지도 3일 째...인가. 어제는 혜원에게 카톡을 보냈다. 이별 때문에 힘들고 외로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메세지 몇 개를 나누는 것만 해도 응어리가 거의 다 풀어지는 것 같았다. 혜원은 친구는 어렵겠다고 한다, 내가 마음 정리가 안됐기 때문에? 다시 잘해보려고 카톡을 보낸 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 연인으로서 정리가 필요한 감정은 남은 게 없는 것 같다. 나의 현실에서 유일한 접점이 있는 타인이었던 혜원이랑 헤어지자, 모든 게 무척 허망해서, 너무 끝없이 허망해지는 게 힘들었다. 혜원과의 대화방에서 내가 제일 최근에 보낸 메시지는 나중에 또 연락하겠다는 메시지가 되었다. 나는 그게 무척 마음에 들었다. 기억이 아니라 인간으로 남고 싶은 게 아닐까.
혜원과는 오지 못한 성수를 혼자서 왔다. 닌자 아이스크림 메이커를 중고로 팔고, 그 길로 서울숲역으로 지하철을 타고 갔다. 중간에 지하철 방향을 잘못 타서 몇 정거장 다시 거슬러 가느라 10분 정도가 걸렸다.
서울숲. 이번이 두 번째인가? 잘 모르겠다. 세 번째 같기도 하다. 아무튼 몇 년 전에 서울숲에 왔었다.
이상했다.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내 기억이 너무 왜곡된 것 같다고 느껴질 만큼, 괜찮은 곳이었다. 서울숲에 처음 왔을 때도 은민과 헤어지고 나서였다. 마음을 달래려고, 무작정 걸을 곳을 찾다가 서울숲이 넓다고 해서 찾아 갔었다.
그때 내 눈의 서울숲은 우중충하고 활기가 하나도 없는 곳이었다. 공원도 생각보다 너무 좁게 느껴졌고, 걸으면서도 뭔가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오늘은 달랐다. 거의 비가 오기 직전의 구름이 잔뜩 낀 하늘 아래서도 서울숲은 초록빛으로 우거져 있었다. 자주 눈을 들어 하늘을 향했다. 나무의 꼭대기가 있었고, 가지 사이의 여백을 모두 하늘이 메우고 있었다.
허리가 뒤로 많이 젖혀진 벤치 하나를 잡아서 쉬었다. 포카리 스웨트 500미리를 거의 다 마시며. 하늘도 보고, 옆에서 자식들 결혼에 대해 떠드는 아줌마들 얘기도 들리고. 결국 너무 속시끄러운 얘기라서 자리를 옮겼지만.
공원을 한바퀴 크게 돌고 화장실에 갔다가, 지도 앱에서 만화카페를 찾았다. 혜원을 만나서 알게 된 사실 중 한 가지는 만화카페는 편하고 좋은 곳이란 거다. 지금도 거의 웬만한 카페의 음료 한잔 값으로 2시간 동안 누울 수도 있는 작은 방을 빌릴 수 있다. 아마 여기에 몇 번을 더 올지는 모르겠지만, 서울숲을 산책하고 나서 쉬러 오는 곳으로 제격이다.
나는 혼자가 되어서야 이렇게 시간을 보낸다. 혼자가 되기 전엔 생각만 하고 누구한테 말도 꺼내지도 못하고. 함께 하는 사람이 있을 때 그 사람이 아닌 다른 누군가와, 혹은 그게 아니더라도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왜 이렇게 미안하고 눈치가 보이는 건지. 아마도 내 안에 연인이 아닌 다른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한 어떤 거지같은 뭔가가 있나보다.
공원을 돌면서 결혼이니, 행복이니 하는 생각들도 많이 정리가 되었다. 지금처럼 시간이 있을 때 후딱 글로 써 내야지.
이렇게 혼자가 되어서야 글을 쓴다. 누군가와 함께할 때에도 나는 한 명의 사람이어야 할 것 같은데... 그게 잘 안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상담을 받아 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