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 이론
살면서 어떤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생각을 많이 해본 적이 있었을까.
지난 한달 동안 읽었던 애착 이론에 관한 책들과, LLM과 나눈 대화들, 연인 사이의 관계, 심리에 대한 정연한 분석들. 그것들의 결론은 하나 같이 똑같다.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 잘 맞는 유형의 사람을 만나는 것. 웬만하면 안정형 애착을 가진 사람을 만날 것. 그리고 너 자신도 안정형 애착이 될 것. 지금도 내 유튜브 알고리즘에는 애착 이론에 기반한 수많은 동영상과 쇼츠가 보인다. 그것들의 결론도 똑같다. 안정형 애착. 안정형. 관계에 대한 자세한 분석과 해결책을 내놓는 영상에도 댓글에는 '안정형을 만나라'가 대부분이다.
애착 이론도 이 세상 어딘가에는 나와 꼭 맞는 사람이 있어서 그런 운명적 상대를 만나 행복하고 순탄한 관계를 죽을 때까지 유지할 것이라는... 전 인류가 가진 환상을 견고하게 만드는 아교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결국 애착 이론은 연애의 아주 짧은, 한 단면을 설명할 수 있을 뿐 두 사람의 관계 전체를 설명하는 이론은 될 수 없을 것이다. 안정형을 만나라... 그 결론도 마냥 부정하고 싶지 않다. 다만 내가 아는 것은 해니가 불안형이었다가 회피형이 돼버린 것도, 내가 해니 앞에서 불안형이 되는 것도, 그리고 우리가 때때로 서로에게 안정형이 돼준다는 것도 모두 사실이라는 점이다.
해니는 나에게 자주 왜 자신을 좋아하느냐고 묻는다. 왜 자신과 결혼하려고 하냐고, 왜 자신을 그만큼 사랑하냐고. 그때마다 이유를 찾아서 설명하지만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왜 해니를 사랑하는지. 나는 이 모름이 싫지 않다. 아마 해니를 사랑하는 동안엔 그 이유를 알 수 없을 것이다. 나와 해니 사이에 설명되지 않는 수많은 것들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이 흐르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