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에서

소공녀와 대도시의 사랑법, 두 편의 영화가 혜원과 나를 지나갔다. 영화를 그렇게 집중해서 보지 않았는데도 혜원이 말해주는 줄거리가 있어서 충실하게 영화를 본 것처럼 느껴졌다.

혜원이 저녁 예배를 드린다고 해서 버스를 타고 교회까지 데려다주었다. 혜원이 다니는 교회가 낙성대 근처에 있어서 혜원을 배웅하고 나는 집까지 걸으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 안에서 말하는 혜원은 버스가 멈춰서고 다시 달릴 때마다 휘청거리면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열심히 골랐다. 그런 혜원을 보면서 이게 혜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말할 때의 모습이라는 걸 알았다. 그 주제는 다름 아닌 혜원의 미래였고, 나는 그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몹시 궁금해졌다.

저녁엔 예배를 마친 혜원과 다시 만나서 '소문의소문'이란 북카페에 갔다. 거기 쇼파에 눕듯이 앉아 창밖에 펼쳐진 서울대입구역 부근의 야경을 바라보았다. 혜원이 아까 버스 안에서의 대화가 너무 좋았다고 했다. 이 북카페에 먼저 와서 혜원을 기다리며 한 생각도 그런 거였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크든 작든 미래에 기대를 품은 사람이었으면... 그리고 나 또한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그리는 미래를 맘껏 상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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