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쓰고 싶은 건 참 많은데, 정확히 뭘 써야할지 모르겠어서 쓰질 못하고 있었다. 지난 일기를 들추는 걸로 뭔가 열심히 써보게 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시간이 흐르자 좀 알 것 같았다. 뭘 쓰고 싶은지.

빛이나 밝음. 그런 걸 쓰고 싶어서 정말 시를 몇 백 편은 썼다. 하지만 단 한 편도 만족할 만한 시가 나오질 않았다. 수많은 일기와 메모, 컴퓨터에 저장된 넋두리들… 뭔가 가장한 건 결코 아닌데, 나는 어느 순간부터 어두움만 답습했었다.

요즘 읽는 뇌과학 책에서는 생후배선에 대해 설명한다. 내가 읽은 '빈 서판' 같은 책에서는 인간은 유전자로 확정된 생물이었는데, 이 책은 인간이 미완성으로 세상에 나와 삶과 경험으로 만들어진다는 뇌의 후천적 발달에 대해 다룬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나는 빛이나 밝음 쪽으로 강하게 연결될 수 있을까? 나는 이미 살아온 지가 꽤 된 생명인데. 긍정맨, 예스맨, 웃음 전도사가 아니라 전구처럼. 밝아져야 할 때 밝게 빛을 발할 수 있는 사람. 스위치를 톡 누르듯이. 그게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방법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래도 오늘 새벽에 혜원이 나에게 해준 사랑 고백 덕분에, 적어도 수십 개의 시냅스들은 더 밝은 쪽으로 신경다발을 뻗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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