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어제는 해니 다리를 베고 잠이 들었다. 중간에 잠이 살짝 깼는데, 해니가 쿠션에 기댄 채 머리를 젖히고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귀엽네, 하고는 다시 풀썩 잠이 들어버렸다.
오늘도 중마루 공원을 돈다.
며칠 전이었는데 해니가 나에게 해니를 만나고 나서 뭐가 바뀌었냐고 물었던 것 같다. 나는 거의 모든 게 바뀌었다고, 바뀌었겠다고 말하다 대화가 끊어진 것 같다. 공원을 돌면 해니가 더 보고 싶어진다.
뭐가 바뀌었는지 다 말해보자면.
작년 이맘때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뭔가 나쁘게 보낸 시간도 아니다. 낯선 사람도 꽤 많이 만나고... 그랬었는데. 딱히 기억이 나는 게 없다.
아 이때 정말 좋았는데, 하는 것이 없다. 다만 살아 있었다. 내가 달라졌다고 생각했다. 내 마음의 어떤 중요한 부위랄까, 핵심이 되는 무언가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당시 내 마음은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였던 것 같다. 그게 편했다. 단, 무슨 일이 있어도 내 마음의 중요한 부위, 왠지 사라진 것 같은 그 부위를 들여다보지 않아야 했다. 그것만 지킨다면, 그것을 계속 지켰다면 아마 나는 지금도 그때와 똑같이 살고 있었을 것이다. 주중엔 집에 와서 이것저것을 먹고, 자고, 컴퓨터를 키고... 코드를 치고 다시 먹고, 자고, 주말이 와서 다시 먹고... 자는... 삶을.
해니를 만나고 나서 점점 내가 예전의 나로 돌아가는 느낌이 든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을까봐 불안한 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사랑 받고 싶은 욕망을... 어떻게든 숨기려는 나. 상처가 두려운 나.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상처는 두고 볼 수 없는 나. 세상에 당당히 맞서지 못하는 나. 세상이 어려운 나. 온전히 자라지 못한, 어리숙하고 풀죽은 나를 본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건 예전에 내가 징그럽다고 느꼈던 내 마음 속 깊은 곳의... 나랄까, 그게 옛날만큼 싫지가 않다. 그렇다고 좋아서 껴안고 싶은 건 아니다. 확실한 건 반갑게 느껴진다. 오래된 내가.
나는 이 아이를 어떻게 해야할지 아직 모르겠다. 이 아이가 온전하게 자라나 불온한 유년을 마침내 벗어나기를 바라지만,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제는 안다. 어쨌든 확실한 건 이제 나는 이 아이를 마냥 모른 척하고 살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이 아이와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죽을 때까지 이 아이와 함께 살아야 한다.
하지만 이 아이 때문에 지금의 행복을 놓칠 순 없다. 어쩌면 해니가 이런 나의 모습을 제일 많이 보게 될지도 모르는데... 해니는 회식 자리에 가서 술을 마시고 있다. 해니 품에 안기고 싶다. 얼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