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혜원에게 검은색 패딩 점퍼가 잘 어울린다. 전부터 사고 싶었던 옷이라고 말하는 혜원의 옆모습을 봤다. 이자카야에서 거의 졸고 있는 혜원. 2025년의 크리스마스가 지나간다.

혜원이랑 나란히 누워 수다를 떠는데, 혜원이 내가 다른 사람이랑 연락할까봐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그 말에 왜인지 기분이 좋았다. 그런 기분으로 내 마음을 들여다봤는데, 내 마음엔 자리가 하나고 그 자리엔 혜원. 혜원이 마치 그러기로 한 것처럼 거기 있었다.

내 마음에 들어와 앉은 혜원은 세상 누구보다 이쁘다. 혜원이 거기서 그렇게 웃고 있으니, 이 설명하기 어려운 우연을 설명할 길이 없고, 설명하고 싶지 않다. 원래 그랬던 걸로 해야지. 그리고 내가 죽을 때 이 마음을 그대로 들고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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