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혜원의 친구를 만나서 등촌칼국수를 먹었다. 다 먹고 카페로 갔는데, 혜원에게 새로운 사람이 생겼다는 걸 혜원의 X가 알게 됐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그 사람에겐 나름의 충격이었겠지. 나도 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게 그 사람에게 일말의 미련도 허락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이란 걸 알고 있다. 반면 그가 천천히 모든 걸 정리할 때까지 어떻게 기다려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있었다. 혜원 삶에 갑자기 나타난 나야 그렇다치고, 혜원은 혜원 나름대로 그 사람을 기다려주고 애써 이해하려 하고... 오랜 친구로써, 또 연인으로써 할 수 있는 건 다 한 것 같은데. 혜원이 그 사람에 무엇을 더 해줘야 하는지, 얼마나 더 시간을 들여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하려면 그 사람이 해야 한다고, 혜원과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이던 무엇이던... 그래야만 하고, 그래야만 했다는 생각. 결국 그 사람은 마지막마저 혜원이 하도록 두었고, 내가 그 마지막에 일조했다는 생각. 혜원의 말대로 그 사람은 혜원에게 어떤 식으로든 연락하거나 해서 혜원에게 속풀이를 할 것 같았다. 만약 그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나쁜 사람이 아니라면, 어떤 일면은 인간적으로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스스로 감정을 잘 추스르기를...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나? 마지막인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내가 누구에게 무엇을 기대하는 건가 싶었다.
처음 만난 혜원의 친구는 혜원이 말해준 그대로 좋은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이 혜원 주변에 많았으면 좋겠다. 더 많이, 더욱 더 많이. 내가 미처 채우지 못한 부분을 그들이 채워주도록. 혜원 주변 사람들은 혜원과 연대하기도 하지만 어쩌면 나와도 연대하는 셈이다. 다가오는 내년엔 혜원에게 행운이 가득해서 좋은 사람들이 우후죽순 솟아나기를. 새벽에 깨서 나에게 미안하다고 하는 혜원을 안으며 혜원 몰래 행운을 빌었다.